나이드니까
나이 드니까, 글쎄,
혓바닥도 같이 늙어 가는지 음식 맛을 잘 모르겠어.
내 딴에는 최대한 싱겁게 끓였는데 애들은 너무
짜다고 난리야. 콩나물도 맛없다, 김치도 맛없다,
엄마 솜씨가 왜 이렇게 형편 없어졌냐고 타박들이야.
남편은 아무 소리도 않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맛있어서
아무 소리 안 한 게 아니라
맛을 못느껴서 그랬나 봐.
- 박혜란의《다시, 나이듦에 대하여》중에서 -
[출처: 고도원의 아침편지, 1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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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이후, 어머님께 맛있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린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새벽 2시까지 따로 나와 사는 아들을 위해 여러가지 반찬 만드시면서
흘린 땀과 쏟은 애정과, 참으신 잠을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었지만.
그 말은 또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마음 속의 그 말을.
정말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닌 말을.
하지만 그 분께는 무한한 기쁨으로 다가갈 그 말을.
해드려야겠습니다.
"엄마, 무쟈게 맛있어요."
[사진출처: 영화 "엄마"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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