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글로벌 MBA 영어수업 직접 들어보니… | ||||||||||||||||||
경영의 윤리적 딜레마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풀겠나 호튼 美 컬럼비아대 교수 기업윤리 치열한 논쟁 |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LG관 305호 강의실. 글로벌 MBA 과정의 선택과목인 `기업 윤리와 법적 이슈(Business Ethics & Legal Issues)`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최근 MBA 교육에서 부쩍 강조되고 있는 `기업 윤리와 다문화 갈등(Business Ethics & Cross-Cultural Conflicts)`. 방문교수 자격으로 2주간 서울대를 찾은 레이먼드 호튼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기업 경영진이 직면하는 다양한 윤리적 이슈를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날 수업에 앞서 학생들에게 배포된 사례는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벡턴 디킨슨이 겪었던 윤리적 문제들. 의료기기 수입업체로 출발해 세계적 의료품 제조업체로 성장한 벡턴 디킨슨이 맞닥뜨렸던 윤리적 이슈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중국인 교환학생인 리하이완 씨가 "비용과 편익을 따져본 뒤 편익이 크다면 의사를 디즈니랜드에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응답하자 다른 여학생은 "디즈니랜드와 의료기기 사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반박했다. 이에 호튼 교수는 "리씨의 접근법은 대단히 실용적"이라면서 "그렇다면 실제 진단 설비를 구매한다면 의사를 디즈니랜드 외에 라스베이거스에도 보내줘야 하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찬반으로 나뉜 학생들이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강의실에는 잠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호튼 교수는 계속해서 학생들이 벡턴 디킨슨의 CEO라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를 묻는 윤리적 딜레마를 제기했다. 호튼 교수는 "소비자단체가 고용한 구매 담당자가 벡턴 디킨슨에 주문 하기에 앞서 주문액의 2%를 수수료(processing fee) 명목으로 현찰로 지급하기를 요구한다면 이는 윤리적인 행위인가"라며 학생들을 둘러봤다. 이번에도 시장에서의 일반적 관행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시각과 소비자 단체가 요구해서는 안 될 뇌물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에 호튼 교수는 "구매 담당자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수천만 달러의 돈을 벌 수 있는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는 기업 CEO 입장에서 불법적인 수수료라고 외면만 할 수 있겠느냐"며 추가적인 토론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튼 교수는 벡턴 디킨슨이 10개 언어로 된 윤리 규정을 만드는 한편 전 세계 사업장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가짐으로써 다국적기업의 윤리의식 제고에 적극 나섰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전반부 강의를 마무리했다. 호튼 교수는 "월스트리트 등에서 일하는 일부 금융회사 종사자들의 부도덕성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기업 윤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귀띔했다. 리하이완 씨를 제외한 학생 모두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MBA 과정답게 영어 수업에 어려움이 없었다. 학생들은 궁금증이 있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3시간 내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2년 이상 직장경력이 있는 학생들의 예리한 답변에 호튼 교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무릎을 치기도 했다. 특히 포스코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현실을 지적한 한 남학생의 설명에는 "정확한 분석"이라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컬럼비아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호튼 교수는 고전 경제학 이론, 인구학적 분석, 최근의 보호주의 움직임 등 다양한 이슈를 수업으로 끌어들이며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3년째 한국에서 강의하고 있다는 호튼 교수는 "처음에는 조용했던 학생들도 며칠만 지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며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학생들에 비해서 열정적이고 수업 참여도도 훨씬 높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 사례로 문제가 제기된 Becton Dickinson case는 한마디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장에 팽배해있는 리베이트(rebate)에 대한 것인 듯 하다. 의료시장의 최종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결국 디즈니랜드 투어비용이 진단기기 장비가격에 추가될 것이고 그만큼 최종소비자가 지불해야할 의료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보험혜택이 없는 검사의 경우) 또한 시장의 질서도 어지럽힐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고. 하지만 기업의 CEO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소비자의 구매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리씨라는 중국인 학생의 답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편익이 비용을 상회한다면 당연히 기업입장에서 진행해야 하겠지만, 과연 그 비용을 어느 계정으로 떨굴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장비 가격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판촉비 쪽으로 돌릴 것인지. 어느 쪽이든 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내키지 않는 소비자의 제안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소비자와의 negotiation을 통해 그 제안자체를 철회시켜버리는 것이지 않을까? 강력한 nego로 말이다. 소비자의 의식을 선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ㅍㅍ. 그리고 호튼 교수가 제기한 문제(기사의 서두 참조)에서 윤리적인 판정을 받는 주체가 기업인지, 의사인지도 약간을 헷갈린다.(나만 그런가?) MBA 수업인만큼 기업이 그 주체겠지만서도, 소비자 입장에서의 윤리적 문제 제기도 사회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 같기에. 주절주절 떠들어 봤다. ============================================================================ 학생들 역시 수업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마찬가지다. 수업 조교 김혜령 씨는 "사례 위주로 기업 윤리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까닭에 학생들이 강의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401호 강의실에서는 호튼 교수 강의에 등록하지 않은 글로벌 MBA 과정 학생들이 `금융 분야 토픽들(Topics in Finance)`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국제금융 분야 권위자인 은철수 조지아공대 석좌교수는 학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환율 변동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통화기금(IMF) 기능 등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 황유석 씨는 "학부 과정에서 배운 금융 이론들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MBA 수업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5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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