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을 바라고 MBA를 가고자 하는건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싶은 욕구와 보다 전문적인 지식 습득에 대한 욕심때문이랄까.

2009년 1월 1일 Action Plan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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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입학생들은 졸업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지고, 연봉도 훌쩍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MBA를 졸업한 선배들은 이는 환상이라고 충고한다. "막연하게 장밋빛 기대를 품고 MBA에 뛰어들면 후회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충고다. 최근 MBA를 졸업한 직장인 5명의 경험을 토대로 MBA의 100% 활용법을 알아봤다. 인터뷰에는 김지수(30ㆍKT 미디어본부), 이대상(32ㆍ한영회계법인 컨설턴트), 장윤희(31ㆍING은행 과장), 이형천(34ㆍ한국투자증권 차장), 조창현 씨(44ㆍ아데코그룹코리아 본부장)가 참여했다.

-MBA를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대상=학부는 철학과를 나왔는데, 첫 직장에서 적성검사를 거쳐 시스템 엔지니어 쪽으로 발령받았다. 업무가 적성과 맞지 않아서다. 경력 전환의 욕구가 컸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경력 전환의 기회가 적었다. 전략 기업, 신사업 추진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일반대학원의 석사 과정은 한 분야에 초점을 두고 공부해야 하는데, MBA에서는 전반적인 분야를 두루 다루고 실제 현장에 나가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김지수=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IT에 경영학을 접목하고 싶었다. 일반대학원도 고민했지만 학문의 실용성 면에서 MBA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조창현=헤드헌팅 업무를 하다 보니 주 업무는 인사 부문 컨설팅이었다. 의뢰인들이 찾고자 하는 인력을 언급할 때는 단순히 사람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과 한국의 관련 동종 업계 사정을 묻곤 했다. 때론 경제와 관련된 거시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할 필요도 있었다.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배움이 필요했다.

-MBA 합격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가.

▶김지수=자기가 하려는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는 게 중요하다. 면접에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는 것 같다. MBA를 현실이 싫어서 떠나는 도피처로 생각하는 학생도 많은데 구체적으로 MBA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 정리해야 나중에 면접관의 질문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형천=MBA 진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 영어 공부는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했다. 영어는 공인영어성적보다는 말하고 듣는 능력이 중요한 듯하다. MBA 입학에 토익 토플 점수는 그렇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나는 금융 MBA를 다녔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학 통계의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이대상=사실 MBA 준비는 영어, 자기소개서 쓰는 거 외에는 없다. 비경영학도라서 경영학 지식이 부족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다. 아무래도 경영학 전공자는 MBA 수업을 상대적으로 빨리 이해했다. 입학 후 1년 정도는 고생을 많이 했다.

-MBA 생활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가.

▶장윤희=야간 MBA를 다녔다. `야간 MBA면 만만하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학업량이 만만치 않아서 하루에 3시간도 못 잔 적도 있다. 팀 단위로 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수업 면에서 이론 중심으로 하면 머리에 안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을 하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색다른 분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얻은 게 굉장히 많다.

▶조창현=40세 때 입학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포인트를 뒀다. 외국계 회사에 다녀서 영어로 소통하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영어 수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어 능력을 키우는 데도 애썼다.

▶이대상=1년 차에는 모든 분야를 두루 봤다. 생산, 재무, 전략, 마케팅 등 경영학의 전반을 훑었다. 2년 차에는 관심이 있는 과목에 집중했다. 재무와 전략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분야에 대한 심화 과정 수업을 찾아 들었다.

▶김지수=약한 과목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배워보는 과목은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재미있게 배워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팀 활동을 하면서 `무임승차(free riding)`는 하지 않으려 했다.

-한국형 MBA 다닐 만한가.

▶장윤희=국내 MBA를 두고 여론은 반반이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갔다 들어와도 미래가 보장되진 않는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야간 MBA를 다니는 것이 현실성 있는 선택이었다. 현 직업을 그만두고 MBA에 몰입하기는 불안했고, 휴직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만족도의 평가 척도가 10점 만점이라면 그 이상을 주고 싶다.

▶이대상=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해외 MBA를 가면 영어를 쓰고 문화적ㆍ인종적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고, 보다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MBA는 이 부분에서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MBA 자체 커리큘럼이나 교수의 자질은 해외 못지않다.

▶이형천=해외 유명 대학 MBA에 갈 수 있는 건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내 MBA도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전환하기에도 국내 과정이 충분하다.

-MBA 진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대상=기존 직장이나 현실이 싫어서 탈피를 해 MBA로 온 뒤 고민해 보겠다는 사람이 많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목표 의식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목표를 뚜렷하게 하고, MBA 진학에 앞서 좀 더 철저하게 고민을 하고 나름의 로드맵까지 짜면 2년의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장윤희=누구든 열정만 있으면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수업 중에 핀잔을 주는 일은 없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려고 하면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다. 열의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MBA에 가는 것보다는 직장 생활 5~7년 차에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같은 얘기를 들어도 경험에 따라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다.

▶김지수=MBA는 사법시험 합격처럼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가 아니다. 약간의 전문성을 키워 취업의 문을 넓히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게 정해지지 않으면 돈만 낭비하는 거다. 하고 싶은 게 확실하고 원하는 직장도 있어야 한다.

▶조창현=MBA가 자기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 주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MBA를 자기가 필요성을 느끼고 자기가 뭔가 그쪽 분야에서 도약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출처: 다음까페 "MBA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