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경제연구소 구인혁(33)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MBA를 졸업했다. 증권사에 다니던 구씨는 외국 유학을 생각하다 KDI MBA를 택했다. 이곳의 학비(2800만원/1년)가 비교적 싸고 공공정책학(MPP)을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끌린 것이다. 구씨는 “MBA와 함께 공공정책의 경제적 측면을 함께 공부했던 경험은 은행의 미래 전략을 짜는 현재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98년 개교한 KDI MBA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돋보인다. 모든 학생은 MPP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건호 MBA 주임교수는 “공공정책적 관점을 이해하는 경영 실무를 기르는 ‘명품 부티크’를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MPP 과정에는 한국의 고성장 정책을 공부하려고 모인 아시아 각국 고위 공무원과 국내 정부부처 공무원이 많아 폭넓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 개교 때부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해 일찌감치 국제학교의 여건을 갖췄다. 특히 정원 50명으로 규모가 작은데도 국내 MBA들 중 해외 대학과 맺은 복수학위 협정이 가장 많아 강소(强小) MBA로 두각을 나타냈다.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은 기존 KAIST 금융공학MBA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정부의 금융인력 양성 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돼 4년 동안 총 130여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또 로이터코리아로부터 금융기관 6개 규모의 트레이딩 시스템을 기증받아 국내 최대 실습 센터도 갖췄다. 올 2월에는 학생들이 이 센터를 활용해 10억원 규모 펀드를 출범시켜 운용했다.
연세대 글로벌 MBA는 실전에 강한 창의력 교육에 초점을 뒀다. ‘기업 현장 실습’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두 달간 특정 기업이 처한 문제를 컨설팅해 주는 실습이다. 지난 8월 글로벌MBA를 졸업한 김춘재(30)씨는 “한 다국적 제약사 대만지사의 영업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달간 대만과 한국을 오가며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면서 “학생들끼리 아이디어 경쟁을 하면서 컨설팅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연세대는 두바이·대만·스페인·미국 등 세계 각국의 현지 기업과 대학을 방문하는 해외연수를 통해 글로벌 현장을 강의실로 활용했다.
KAIST의 정보미디어대학원은 IT 기반이 두터운 국내 여건을 활용해 정보 미디어 분야 리더를 길러내는 MBA로 방향을 잡았다. 차동완 원장은 “빠르게 변하는 IT와 미디어 환경을 이해해야 커져 가는 미디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와 뉴미디어 분야에 강한 남가주대(USC) MBA와 복수학위를 맺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대학원들은 학생 수요가 확실한 분야를 노렸다. 서강대는 내년부터 전문 컨설턴트 과정을 개설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5년간 25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현재 딜로이트·아서 D 리틀 등 주요 컨설팅 업체와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임채운 원장은 “현업에 있는 컨설턴트들에게 강의를 맡기고 모든 학생에게 인턴십 기회를 주는 등 실무 능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맞춤형’ MBA 교육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미 SKT MBA로 기업 맞춤형 교육을 시도했다. 학생 대부분이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 출신인 자산운용MBA도 금융권 수요가 높은 자산운용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내년부터는 ‘가족 경영’을 테마로 하는 MBA를 개설할 예정이다. 창업 이후 2~4세 경영인들이 모집 대상이다.
이화여대 글로벌MBA는 여성 리더들의 조직관리·리더십 교육을 강조했다. 기업에 임원급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했다. 여성 CEO들이 강사로 초빙돼 학생들에게 ‘유리 천장’을 극복한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또 직장 경험이 없는 여학생들에게는 미국의 인턴십 중개업체를 통해 해외 인턴십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교수의 2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해 여교수 비율이 가장 높은 점도 이 MBA의 특징이다.
[2008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평가=강홍준 기자(팀장), 김경진·이에스더 기자
▶생명공학(공학·자연계열)=선승혜 기자
▶ 생명공학(농학계열)=최익재 기자
▶경영전문대학원(MBA)=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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